“걔가 경기도를 보고 뭐랬는 줄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내가 산포시 산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산포시가 어디 붙었는지를 몰라. 내가 1호선을 타는지, 4호선을 타는지. 어차피 자기는 경기도 안 살 건데 뭐 하러 관심 갖냐고 해. 하고많은 동네 중에 왜 계란 흰자에 태어나갖고...”
당신과 함께 여기 앉아서 일한다고 생각하면 이런 그지같은 일도 아름다운 일이 돼요. 견딜만한 일이 돼요. 연기하는 거에요. 사랑받는 여자인 척, 부족한 게 하나도 없는 척. 난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지지를 받고, 그래서 편안한 상태라고 상상하고 싶어요. 난 벌써 당신과 행복한 그 시간을 살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요. 당신 없이 있던 시간에 힘들었던 것보다 당신을 생각하면서 힘을 냈다는 게 더 기특하지 않나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 긴 긴 시간 이렇게 보내다간 말라죽을 것 같아서 당신을 생각해 낸 거에요. 언젠가를 만나게 될 당신. 적어도 당신한테 난 그렇게 평범하지만은 않겠죠. 누군지도 모르는 당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만나지도 않은 당신. 당신. 누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