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9시 30분 KBS2 수목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이하 '도도솔솔', 극본 오지영•연출 김민경)과 JTBC 수목드라마 '사생활'(극본 유성열•연출 남건)이 맞대결을 펼쳤다. '도도솔솔'은 1부 1.9%, 2부 2.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사생활'은 2.5%(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평이하게 시작했다. 두 작품보다 늦은 시간대 편성돼 맞대결을 피한 '구미호뎐'(극본 한우리•연출 강신효)은 5.8%(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로 쾌조의 출발을 알렸다.
편성 전략으로 '구미호뎐'이 먼저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정면대결을 펼친 '도도솔솔'과 '사생활'은 시청률 싸움에서는 다소 뒤처졌으나 출연 배우, 등장 인물간 인물관계도 등이 관심을 끌며 화제성을 챙겼다. 세 작품 모두 무난한 출발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 이에 더해 방송 전 도전과 모험 정신이 깃든 각자의 메시지를 시청자의 뇌리에 제대로 각인시키며 나름의 의미를 남겼다.
'사생활'과 '도도솔솔' 방송 전부터 배우들의 '연기 변신'을 관전 포인트로 내세웠다. 고아라는 제작발표회 당시 출연 이유로 "데뷔 후 로맨틱 코미디 장르가 처음이다.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해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을 털어놨다. 서현 또한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사기꾼 주은으로 강렬한 변신을 시도했다.
우선 고아라는 첫 회부터 쉽지 않은 감정 연기를 소화해내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갑작스러운 집안 몰락과 아버지의 죽음, 이로 인한 결혼 파투 등 무거운 감정들이 첫 회부터 이어졌지만, 현실감 있는 감정 연기로 중심을 잡았다. 구라라(고아라 분) 홀로서기에 방점이 찍힌 만큼 감정신 분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임팩트 있는 연기로 초반 현실감을 단단하게 구축했다.
가장 돋보인 지점은 사랑스럽지만, 세상 물정 모르고 엉뚱한 구라라 성격을 매력적으로 표현한 것. 월세, 전세 개념을 몰라 사기를 당할 만큼 순진한 구라라는 자칫 답답함을 유발할 수도 있었으나, 고아라는 역할의 사랑스러운 면을 강조해 매력을 높였다. 특히 이는 '도도솔솔'만의 강점이 될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기대하게 했다.
찰진 욕까지 선보이며 강렬함을 각인시킨 서현도 마찬가지였다. 서현은 함께 일하던 동료에게 배신 당해 수감된 아버지 복수를 위해 본격 사기꾼 길로 들어선 주은을 능청스럽게 표현해냈다. 특히 철없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아버지 수감 이후 본격 사기꾼이 되기까지, 변화 과정을 무리 없이 납득시키는 완급 조절 능력이 돋보였다. 고경표를 비롯, 본격적인 사기극이 펼쳐지기 전이었음에도, 서현의 찰진 연기가 빠른 전개의 캐릭터 플레이가 강점이 될 '사생활'의 맛을 엿보게 했다.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액션 로맨스 드라마 '구미호뎐'은 판타지 장르의 차별화가 있었다. 여기에 이동욱이 전직 백두대간 산신이자 현재는 도심에 정착한 심판자 구미호 이연 역을 맡아 새로움을 기대하게 했다. '구미호뎐'은 방송 전부터 '첫 남자 구미호'라는 캐릭터 성별 전복을 차별화로 내세워왔다.
이동욱은 새로운 구미호 캐릭터를 선보여 기대감을 충족했다. 기존의 공포스러운 구미호가 아닌 유머러스하면서도 냉소적인, 사연 많은 구미호 캐릭터를 담백하게 연기한 것. 화려한 CG와 액션이 가미된, 스타일리시함을 강조한 '구미호뎐' 분위기와 적절하게 어우러졌다. 만나지도 못하는 연인을 그리워하는 애틋함은 물론, 오랜 심판자 역할로 지친 이연을 자연스러운 톤으로 표현해 이질감을 줄인 것도 몰입도를 끌어내는 데 한몫했다. 심판자 역할을 할 때에는 카리스마 가득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화려한 액션으로 중간중간 양념 같은 볼거리를 선사한 것도 돋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