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学,就是用语言塑造形象反映社会生活,又用极强烈的感染力影响社会生活。我们为具备一定阅读基础的童鞋准备的韩国文学名作大餐,希望大家提高阅读的同时,感受这些文学作品中的优美文字感情和艺术表现手法。

눈길⑤ — 이청준
雪路⑤ — 李清俊

나는 왠지 기분이 씁쓸하여 그런 식으로 그만 이야기를 얼버무려 넘기려고 하였다.
不知道为什么心里泛起一丝苦涩,我想赶紧把这话题对付过去。

그런데 그게 오히려 결정적인 실수였다.
然而这却成了决定性的失误。

“하기사 그 사람들도 그런 소리들을 하더라. 오늘 밤일을 하고 있는 저 집을 끝내고 나면 이제 이 동네에서 지붕 개량을 안 한 집은 우리하고 저 아랫동네 순심이네 두 집밖엔 안 남는다니까 말이다.”
“是嘛,他们也这么说过。今晚干活儿的那家也改造完了,我们村里没改造屋顶的,就剩咱家跟住下面屯里的顺沈家了。”

“그래도 동네 듣기 좋은 모범 마을 만들자고 이런 집에까지 꼭 기와를 얹으라 하겠어요.”
“那也是,为了弄成好听的模范村,连这种破房子也要上瓦。”

“그래 말이다. 차라리 지붕에 기와나 도난만 얹으랬으면 우리도 두 눈 딱 감고 한번 저질러 보고 싶기도 하더라마는, 이런 집은 아예 터부터 성주를 다시 할 집이라 그렇제......”
“就是。要是光往房顶上瓦就行,那我们也想咬咬牙干一回,可这种房子,得换一块地基重起啊……”

모범 마을이 꼬투리가 되어서 이야기가 다시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다시 가슴이 섬짓해 왔다. 하지만 이미 때가 너무 늦고 말았다.
模范村一事重新把话题引向了意想不到的地方。我的心这才重新提了起来,可是已经来不及了。

“하기사 말이 쉬운 지붕 개량이제 알속은 실상 새 성주를 하는 집도 여러 집 된단다.”
“话说回来,改造屋顶说起来容易啊,其实重新盖房子的人家就有好几家呢。”

한번 이야기를 꺼낸 노인이 거기서부터는 새삼 마을 사정을 소상하게 털어놓기 시작했다.
既然提起这话题了,老人就开始详细地介绍起村里的情况。

그 지붕 개량 사업이라는 것은 알고 보니 사실 융통성이 꽤나 많은 일이었다. 원칙은 그저 초가 지붕을 벗기고 기와나 도단을 얹은 것이었지만, 기와의 하중을 견뎌 내기 위해선 기둥을 몇 개쯤 성한 것으로 갈아넣어야 할 집들이 허다했다.
后来才了解到所谓的屋顶改造运动,其实有很大的灵活性。原则上要撤下草皮屋顶,铺上瓦或石棉瓦,但是考虑到上瓦后的承重问题,有许多人家顺便更换了几根新柱子和横梁。

그걸 구실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주를 새로 하듯 집들을 터부터 고쳐지어 버렸다. 노인에게도 물론 그런 권유가 여러 번 들어왔다. 기둥이 허술해서 기와를 못 얹는다는 건 구실일 뿐이었다.
老人以此为借口,好像大多数人家都重新选了地基盖了新房一样。老人当然也多次听到过这种劝告。因为柱子破旧了所以不能给房顶上瓦,这成了很好的借口。

허술한 기둥을 구실로 끝끝내 기와 얹기를 미뤄 온 집이 세 가구가 있었는데 이 날 밤에 또 한 집이 새 성주를 위해서 밤일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었다.
借口柱子旧了,一直拖着不肯改造屋顶的三户人家,今天晚上有一家开始连夜动工盖房子了。

노인이 기와 얹기를 단념한 것은 집 기둥이 너무 허약해서가 아니었다. 노인은 새 성주가 겁이 나 일을 단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술한 기둥만 믿을 수가 없었다. 일은 아직도 낙관할 수 없었다. 나는 불시에 다시 그 노인에 대한 나의 빚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노인도 거기서 한동안은 그저 꺼져 가는 장죽불에만 신경을 쏟고 있었다. 하더니 이윽고는 더 이상 소망을 숨기기가 어려운 듯 가는 한숨을 삼키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그 한숨 끝에다 무심결인 듯 덧붙이고 있었다.
老人不敢奢望给房顶上瓦,不是因为房子的柱子老朽了。老人因为害怕重新动工盖房,只能死了这条心。无法相信仅仅是因为老朽的柱子。不能再继续乐观下去了。我突然重新想起欠老人的债了。老人有一阵子好像把注意力放在了烟杆一端渐渐熄灭的烟火上。过了一会儿,似乎无法再把心愿憋在心里了,忍不住轻轻叹了口气,然后像是随口说说一般补充道:

“이참에 웬만하면 우리도 여기다 방 한 칸쯤이나 더 늘여 내고 지붕도 도단으로 얹어 버리면 싶긴 하더라만.......” 마침내 노인이 당신의 소망을 내비친 것이었다.
“差不多的话,也想趁这机会,给咱们家再添一间屋子,房顶也铺上石棉瓦……”老人终于说出了憋在心底的心愿。

“오늘 당할지 내일 당할지 모를 일이기는 하다만, 날짐승만도 못한 목숨이 이리 모질기만 하다 보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구나. 저런 옷궤 하나도 간수할 곳이 없어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다 보면 어떤 땐 그저 일을 저질러 버리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아지기도 하고......”
“不知道今天走还是明天走,连鸟都不如的命啊,硬是活到这岁数,啥念头都有啊。连那个衣橱都没地方搁,一会儿挤这儿一会儿推那儿的,有时候真想咬咬牙干一回啊……”

노인은 결국 그런 식으로 당신의 소망을 분명히 해 버리고 만 셈이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그런 소망을 지녔던 것만은 분명히 한 것이다. 나는 이제 할 말이 없었다. 눈을 감은 채 듣고만 있었다. 노인에 대해선 빚이 없음을 골백번 속으로 다짐하고 있었다.
老人到底还是用这种方式清楚地表白了自己的心愿。就算不是现在,至少曾经有过这种念头。我无言以对了,只好闭上眼睛默默地听,一边在心里百般叮嘱自己——我不欠老人的债。

“이번에는 면에서도 그냥 흐지부지 지나가 주더라만 내년엔 또 이번처럼 어떻게 잠잠해 주기나 할는지. 하기사 면 사람들 무서워 집을 고친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름이제, 늙은이 냄새가 싫어 그런지 그래도 한데서 등짝 붙이고 누울 만한 방 놔두고 밤마다 남의 집으로 잠자릴 얻어 다니는 저것들 에미 꼴도 모른 체하지는 못할 일이니라.”
“这回,面里就这样稀里糊涂地对付过去了,不知道明年还能不能这么唬弄过去。也是啊,不能说是因为害怕面里的人才重新盖房子吧,不过孩子们的妈,兴许是嫌弃老太婆的味道,放着还能贴着背躺下的地方不睡,天天到邻居家借住,也不能装看不见呐。”

 词 汇 学 习

체하다:假装。佯装。

여우는 늘 죽은 체하여 위기를 모면하곤 한다.
狐狸经常以假死摆脱危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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