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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 러시아에 살던 한 유태인 젊은이가 징집영장을 받았다. 군대에 가면 까딱하면 죽는다는 걸 알고 있었던 그는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끝에 집안 어르신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전혀 걱정할 것 없단다. 얘야.”

젊은이의 이야기를 들은 어르신이 말했다.

“아무 걱정 말고 군대에 가거라. 모든 일일 잘 풀릴 테니까.”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어르신.”

“음, 네가 입대를 하면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전투부대로 배속되거나 아니거나. 일단 아니라면 전혀 걱정할 것이 없지.

그리고 만약 전투부대로 배속된다면 또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실제 전투에 투입되거나 아니거나. 이 또한 아니라면 걱정할 것이 없을 테고.

또 실전에 투입된다면 여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 않겠지? 부상을 당하거나 아니거나. 물론 아니라면 걱정할 일이 아니지.

부상을 당한다면 여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치명적이거나 대수롭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은 부상이야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

그런데 치명적인 부상이라면 또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지. 죽어서 지옥에 가든가 아니면 천당에 가든가. 천당에 간다면야 정말 행복한 일이지.

그럼 지옥에 간다면? 거기에도 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 염라대왕이 뇌물을 받든가 아니든가. 만약 뇌물을 받는다면 만사형통일 테고….

그런데 한번 생각해 봐라. 염라대왕이라고 뇌물을 안 받겠니?”

테드 코언(강현석 역), 《농담 따먹기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소출판사, 2001), 27-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