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 지 44년이 흘렀습니다.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고 있을 만큼 한국 근대사에 가장 큰 사건으로 꼽히는데요. 그를 입증하듯 수많은 영화와 소설 등의 작품으로도 당시의 참혹함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우리의 또 다른 아픈 역사,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를 소개해 보려 합니다.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의 경험담을 모티브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2017년 8월 개봉한 5.18 민주화운동 당시 상황을 다룬 영화입니다. 개봉 당시 택시운전사 김사복 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그와 관련된 다큐 등도 대거 TV를 통해 방영되기도 했는데요. 간략한 영화 소개를 보면, 택시운전사 만섭은 평범한 운전기사로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를 태우고 길을 나섭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광주 상황을 몰랐던 그는,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놀라고 맙니다. 그동안 개봉했던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과 달랐던 건, 사건을 파헤치기보다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그들의 아픔을 어루만진다는 점입니다.
그들도 누군가의 아들이고, 아버지고, 딸과 어머니였습니다. 저녁에는 모두가 모여 앉아 뜨끈한 뚝배기에 온정을 나누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평범한 삶을 꿈꿨고, 누구도 앞으로 일어날 참극을 알지 못했습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저는 이 식사 장면이 내내 기억에 남더라고요.
그리고 또 하나 택시운전사를 보고 기억에 남는 장면은 만섭이 광주로 가기 위해 검문소를 지날 때 군인을 만납니다. 비포장 검문소 중사 역을 맡은 엄태구 씨가 이 영화의 신스틸러라 불리는데요. 아주 잠깐 나온 장면이었지만, 깊은 인상을 주기 충분했습니다. 광주로 오가는 차를 차단하라는 명령에 모든 차의 검문을 하는 검문소 군인들. 만섭의 택시도 검문을 피할 수 없었는데요. 알면서도 눈 감아 보내주는 검문소 중사를 보며, 그 당시 군인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됩니다. 등장인물들의 상황을 다각도로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영화는 말합니다. 단순히 누군가의 일이 아니라고, 우리의 일일 수도 있다고 말이죠.
영화 제목인 '화려한 휴가'는 당시 계엄군의 비공식적인 작전명이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택시운전사가 5.18 민주화운동을 그래도 잔잔하게 그려냈다면, 화려한 휴가는 그때 그 상황을 참혹하게 그려냅니다. 이 영화 역시 2007년 개봉 당시 영화관에 가서 봤던 기억이 나는데요. 광주에 사는 택시기사 민우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동생 진우를 끔찍이 아끼며 서로 의지합니다. 그런 민우는 같은 성당에 다니는 간호사 신애를 짝사랑하며, 잔잔한 모습을 그려내는데요.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에 들이닥친 악몽 같은 날들. 총, 칼로 무장한 공수부대의 잔혹한 진압으로 무고한 시민들이 폭행을 당하고 죽임을 당합니다. 눈앞에서 사랑하는 이들이 스러져가는 처참한 모습이 영화 속에 그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