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화: 의사의 확신에 찬 말. 왜 의사들이 그런 말 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제 알겠다. 그 말 너무 듣기 좋네. 진짜 어떤 병도 다 낫게해 줄 것 같애. 그 말. 그러니까 환자들한텐 더더욱 그렇게 말하면 안 되겠다. 나중에 혹시 잘못되면, 혹시 결과가 안 좋으면 정말 너무너무 절망할 것 같애.
익준: 심미진 님, 남편 분 큰 결심하신 거예요. 간 이식해 준 거. 바람을 언제 폈고, 그 의도가 뭐든 간에 남편 분 정말 대단한 일 하신 거라구요. 목숨 걸고 기증하신 거니까. 그런 남편 이제 그냥 알아서 잘 살라고 하시고, 이제 어머니 인생 사세요. (외면하는 환자를 보며 숨을 고르고) 저도 와이프 바람나서 이혼했어요. 밤새 병원 일 하고 혼자 애 보고 열심히 살았는데 와이프가 자기 친구 남편이랑 바람이 났어요. 처음에는 이 자존심도 상하고, 그리고 남들 보기도 너무 창피하고 인생 왜 이렇게 꼬이나... 죽겠더라구요. 근데 어느날 갑자기 시간이 아까웠어요. 걔 때문에 내 인생 이렇게 보내는 게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
너 장겨울 좋지? 신부 포기해야 하나 고민할 만큼 좋잖아 좋으면 좋다고 말해 비밀로 할게.
혼자서 전공의 1년 차부터 치프 일까지 다 하잖아 근데 걘 티를 안 내 힘들 텐데 투덜대고 짜증 내도 다 이해할 텐데 겨울인 뚱할지언정 싫다고 도망가거나 투덜대지 않아 애가 공감 능력이 매우 조금 많이 떨어져서 그렇지 근데 그것도 고치려고 노력하는 중인 것 같고 아무튼 수술실에서도 나 걔 연차에 타이 그 정도로 하는 애 못 봤어 그것도 혼자 계속 연습하는 것 같고 환자 생각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는 거 서전으로서 마인드가 너무 좋아 훌륭해
난 그래서 겨울이가 잘 됐으면 좋겠어. 내 친구 정원이랑.
정원아, 하느님은 이해하실 거야. 그리고, 머리랑 가슴이랑 따로 놀 땐, (정원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여기가 맞아.
여기가 시키는 대로 해. 그럼 후회 안 해. 분위기에 휩쓸려가지고 대충 결정해서 내 꼴 나지 말고 잘 생각해.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요행이야. 그런 요행은 일어나지 않아.
자식이 간 기증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니에요. 네? 지금은 기술이 좋아져서 그런 일 거의 없지만 예전에는 암으로 간 수술하다가 많이 죽었습니다. 기증자 수술도 목숨 걸고 하는 간 수술이에요. 딸 둘이 아버지를 위해서 목숨을 건 거라고요. 아니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기증할 사람이 없어서 돌아가시는데... 만약에 다시 간이 망가져서 오시면 이제는 뇌사자 간밖에 없는데 또 술 마실 사람을 어떻게 수술합니까. 뇌사 기증자랑 그 가족들 생각해서라도 제가 왜 수술합니까. 제가 어떻게. 또 술 마실 게 뻔한 사람을... 전 앞으로 환자분 수술 진료 못합니다. 예... 집 근처 가까운 병원으로 보내 드릴 테니까 앞으로... 저한테 어... 더 오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