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의 데뷔작으로 유명한 영화 꽃잎은 5.18과 관련된 영화 중 가장 아프고 슬픈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날의 5월, 직접적인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소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할 당시 11살이었던 저는 청소년 관람불가인 이 영화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만큼 참혹하고 충격적인 영화라고는 이야기하는 이도 있습니다. 계엄군에 의해 어머니를 잃고 살아남은 소녀는 그 충격으로 미쳐버리고 맙니다. 어쩌면 그래야만 살아갈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너무나도 평범했던 모녀의 불행을 통해 당시 5.18 민주화운동의 참혹함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우리는 이 영화 '오래된 정원'에서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화 장르에 멜로가 표기되어 있다는 점인데요. 다른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들이 드라마 혹은 액션인 것에 반해 멜로라? 아픈 시대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을 잔잔히 담고 있습니다. 영화 포스터에서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셨나요? 무장한 군인들에 반해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현우와 윤희.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유추해 보게 됩니다.
80년대 군부독재에 반대하다가 도피생활을 하던 현우는 그를 숨겨줄 사람으로 그녀 윤희를 소개받습니다. 당차고 씩씩한 그녀와 현우의 생활은 마치 딴 세상에 온 듯 평화로웠습니다. 잔잔했던 그 생활은 동료들이 모두 붙잡혔다는 소식에 현우가 서울로 떠나며 끝이 납니다. 그렇게 17년이 흐르고 윤희의 흔적을 찾는 현우를 그려 냅니다. 따뜻하지만 쓸쓸했고, 슬펐지만 아름다운 오래된 정원.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며, 긴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입니다.
철로 위에서 절규하는 설경구 씨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 영화 '박하사탕'입니다. 2000년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2018년 재개봉 됩니다. 사실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너무 슬퍼 외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처절하게 절규하던 마흔 살의 영호가 우리의 마음을 대변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너무도 평범하고 순수했던 청년 영호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으로 투입이 됩니다. 영문도 모른 채 광주로 향하던 날, 첫사랑 순임이 보내준 박하사탕이 바닥에 떨어져 군화발에 와그작- 짓이겨지고 말죠. 그렇게 순수했던 청년은 형사가 되어 비윤리적인 인물로 망가지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