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世纪偶像男团神话 VS 21世纪6大偶像男团

단지 노래를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무대 위의 콘셉트를 소화해 내야한다는 점에서 아이돌에게는 최소한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표정과 동작만으로 도달하기에는 너무 괴리가 큰 콘셉트를 부여 받았을 때, 메이크업은 가장 요긴한 도움이다. 서글서글하고 순진한 얼굴의 비스트가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를 발휘하기 위해 아이라인의 도움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특히나 나이보다 어려보이는 데다가 귀여움이 앞서는 눈매를 가진 이기광에게 아이라인은 평소의 모습에서 최대한 멀어질 수 있는 무대의상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신화에서 가장 메이크업의 영향을 받은 멤버는 단연 김동완이다. 데뷔 당시 청초한 미소년에 가까웠던 그는 2집 앨범의 후속곡 ‘yo! (악동 보고서)’의 무대에서 가부키 화장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메이크업을 선보이며 이미지 변신을 시작했다. 힙합과 뉴잭스윙, R&B 등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한 아이돌 음악을 주로 프로듀싱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주얼록에 대한 동경을 끊임없이 표출해 왔던 이수만 프로듀서의 취향이 십분 발휘된 이 콘셉트는 실로 키스의 진 시몬스를 연상케 하는 모습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는 불량학생 이민우와 야구부원 에릭을 등장시켜 학원 폭력물을 방불케 하는 드라마를 보여주는데, 공중파에서는 방송이 금지될 정도의 수위였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 이민우는 피와 상처로 범벅이 된 분장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과감한 콘셉트와 록적인 사운드를 공통으로 취하지만 전지적 시점에서 계도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H.O.T와는 달리 공감 차원에서의 감정 이입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이 노래를 기점으로, 신화는 아류작이라는 평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아이돌 그룹은 음악과 무대, 그리고 방송을 아우르며 전방위적으로 평균 이상의 능력을 선보일 때 진정한 성공을 거둘 수 있는 복합적인 프로젝트다. 그리고 연습을 통해 통제 가능한 무대와 달리, 방송에서 아이돌의 역량은 개인의 몫일 수밖에 없다. 슈퍼 주니어는 바로 그 개인의 재량에 힘입어 무대에서의 기회를 얻어낸 특별한 사례로, ‘쏘리쏘리’가 메가 히트를 기록하기 전까지 이들이 방송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각자의 예능감 덕분이었다. 이특과 은혁, 신동을 필두로 라디오와 케이블, 공중파를 넘나들며 활약해 온 슈퍼 주니어는 MBC 에브리원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와 SBS <일요일이 좋다> ‘인체 탐험대’를 통해 멤버들이 함께 있을 때의 웃음 시너지를 증명했으며 그룹이 함께 토크쇼의 게스트로 출연할 때는 언제나 일정 수준 이상의 재미를 보장한다. 노래의 인기는 식어도 그룹의 인지도만큼은 언제나 건재할 수 있는 비결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신화는 거의 대부분의 아이돌들에게 예능의 교과서와 같은 존재다. 실제로 수많은 아이돌들이 신화가 출연한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방송을 학습하고 연습했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신화는 가장 자연스럽게 유쾌함을 드러낼 줄 아는 그룹이다. KBS <해피투게더> ‘쟁반 노래방’을 위시해 다수의 쇼 프로그램의 게스트로서 전설적인 장면을 남긴 것은 물론 MBC <동거동락>, SBS <연애편지>, < X맨 > 등의 버라이어티에서도 신화 멤버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심지어 이들의 예능감은 특별히 오락적인 형식이 아닌 방송에서조차 두드러졌는데, 자동차 스턴트를 배우는 ‘드리븐’은 전진을 아기새에 비유하는 신혜성의 감수성과 그런 신혜성을 호시탐탐 방해하는 전진의 호흡을 비롯해 신화 특유의 무정형 개그를 만끽 할 수 있는 방송이었다. 사실 두 사람은 정필교와 박충재, 본명만으로도 웃길 수 있는 BM클럽 소속이다. 태생부터 예능의 훅을 날릴 운명의 소유자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