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심신이 편안하고 행복하면 까마득히 부모 생각을 잊어버리는 이기주의적인 사람이 되는가 보다. 부모의 마음을 아랑곳없이 독선일 때가 많고 오히려 괴롭고 힘들 때 부모에게 온갖 불평을 늘어 놓는 것이 자식이 아닌가? 그래도 우리 외할머니는 언제나 바다 같은 마음으로 모든 걸 포용하시고 잘못에 대해서도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 주셨다. 다들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명절 때야 얼굴을 내미는 자식들에게 원망스러울 때도 있으련만 외할머니는 단 한번도 내색을 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마음껏 음식을 차려 주시며, 다들 떠나 갈 때만 그저 반드시 건강하게 살라고 부탁만 하셨다. 평소에 하루 하루 자식들에 대한 그리움으로 힘들게 보내시고 몸이 편찮으실 때 자식들에게 폐를 끼칠까 봐 그냥 참으시거나 홀로 병원에 가시는 경우도 많았다.

외할머니는 항상 노년에 이 만큼 대접받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하지만 자식들에게 돈이나 도움을 많이 주지 못하지만 이제까지 살아 있는 것이 미안하다고 하셨다.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내가 마음이 찡해 나면서 서러운 느낌이 들었다. 무슨 말이나 행동으로 우리 외할머니의 마음을 위로해 드려야 할지 정말 몰라서 그냥 외할머니의 손을 꼭 잡고 "우리에게는 외할머니께서 건강하게 계시는 것 밖에 아무 것도 필요없어요."하고 말했다.

불교에 "화자정리(會者定離)"라는 슬픈 말이 있듯, 마침내 우리에게도 이별의 날이 찾아왔다. 생각해 보면 어찌 아무 전조도 없이 외할머니가 이토록 급급히 세상을 하직하셨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으며, 또 우리와 외할머니의 혈육인연이 어렇게 갑자기 그친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다. 

지난 여름 7월 12일, 방학되자 내가 고향을 향해 가는 기차를 탔다. 도중에 외할머니와 전화로 통화해서 외할머니의 몸이 좀 편찮으신 걸 알았다. 7월 13일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외할머니를 설득한 후 병원에 모시고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다행히 건강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이틀 새벽 우리 외할머니는 심장병 때문에 갑자기 돌아가셨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참으로 믿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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