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学,就是用语言塑造形象反映社会生活,又用极强烈的感染力影响社会生活。我们为具备一定阅读基础的童鞋准备的韩国文学名作大餐,希望大家提高阅读的同时,感受这些文学作品中的优美文字感情和艺术表现手法。

일락서산26 — 이문구
日落西山26 — 李文求

아버지는 먹 가는 요령을 다시 한 번 설명해 준 다음, 이어 차례로 집필에 있어서의 기본적인 자세와 운필(運筆,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붓을 놀림. 또는 그 방법)하는 데에 가장 주의할 강약과 지속(遲速), 그리고 필순(筆順) 등을 설명해 주었다.
爸爸给我重新解释磨墨的要领,接着教我执笔时的基本姿势和运笔时最应注意的强弱、缓疾,还对笔划顺序进行了说明。

그처럼 무뚝뚝하고 간략한 설명도 그 후 다시는 없었다. 아버지는 하얀 분판(粉板, 기름에 갠 분을 발라서 결은 널조각으로 옛날에 붓글씨를 연습하는 데 사용)을 뉘어 놓고 같은 획을 여남은 번씩이나 되풀이하여 거듭 그어 보도록 재촉하였다.
即使这类生硬而简略的说明,以后也再没有过。爸爸拿出粉板,催我把同样的笔划写上十几遍。

나는 이마에 맺히는 진땀을 훔쳐낼 겨를도 없이, 떨리는 손을 가누지 못한 채 열심히 반복하고 있엇다.
我连擦汗的工夫都没有,用哆哆嗦嗦的手认真地反复摹写。

귓전에 와 닿는 아버지의 입김은, 그 먼저 경험한 바 있는, 박제한 호랑이의 콧수염이 볼에 스칠 때 섬뜩했던 것과 똑같은 충격이었다.
爸爸的口气吹到耳旁,令我不寒而栗,如同从前体验过老虎皮的胡须碰到脸颊时的那种强烈震撼。

그처럼 등골이 떨리는 한은, 설령 타고난 필재가 있었더라도 붓을 가누지는 못했을 거였다. 붓이 빗나가거나 획이 중간에서 처질 때, 문득 끊어지거나 지렁이 지나간 자국처럼 비틀거렸을 때, 나는 눈앞이 아찔아찔해지는 순간을 몇 번이나 거듭 겪어야 했는지 몰랐다. 그러나 그것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드디어 벼락을 내리친 것이다.
脊梁直冒冷汗,就算是一位名笔也无法运笔自如。笔尖歪斜或者笔划半途停下时,笔迹突然中断或像蚯蚓爬过似的歪歪扭扭时,我不知道挺过了多少次眼前一阵发黑的瞬间。但是没过多久,终于晴天打雷了。

“원, 아이 손마디가 이렇게 무뎌서야…… 천상 연장 들고 생일이나 헐 손이구나…….”
“真是的,小孩子的手关节怎么这么硬……天生就是一个拎锤子干粗活儿的手啊……”

아, 그 아뜩하던 순간을 어찌 잊으랴. 아버지는 단 한마디, 할아버지 귀에도 안 들렸을 만큼의 한탄 아닌 푸념을 했건만 나에게는 뇌성 벽력이나 다름없는 거였다. 내가 내 정신을 되찾았을 때 아버지는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啊,怎么能忘却那令我晕眩的瞬间呢。爸爸只嘟囔了一句,连慨叹都算不上,那是连隔壁爷爷的耳朵也听不到的声音,对我来说却如同晴天打雷一样。当我回过神的时候,爸爸已经起身走了。

밖에서 손님이 찾는 소리가 났던 것도 나는 못 알아 들었던 것이다. 나는 그처럼 무색하고 무안할 수가 없었지만, 우선은 호구(虎口, 호랑이 입)를 벗어난 듯한 안도감에 부랴부랴 안방으로 달아나 버렸었다. 그때 찾아왔던 그 낯선 손님 또한 두고두고 얼마나 고맙게 여겨지던지.
我连外面有人来找他的动静也没听见。我是那般的羞愧无颜,在总算逃离虎口的庆幸中飞快地逃到里间,心里对那时找上门来的陌生客人,不知有多么感激。

나는 남다른 재주를 못 타고난 자신이 죽고 싶도록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다. 치욕이요 망신이었다. 아버지는 그날 이후 두 번 다시 내게 글씨를 가르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도 모르게 헌 신문지를 어두컴컴한 골방 구석에 쌓아 놓고 앉아 몇날 며칠을 거듭거듭 연습했었다.
我羞愧和痛恨自己没有拥有与众不同的才能,那是一种耻辱和丢脸。爸爸从那以后,好像再也不想教我写字了。可我偷偷把旧报纸堆在幽暗的库房一角,连续好几天坐着反复练习毛笔字。

수치모멸만회해야만 살겠던 것이다. 그것도 얼마 안가 다시는 그럴 기회마저 놓치고 말았지만. 언제나 공포와 불안감에 에워싸여 있던 평탄치 못한 집안 형편이 그럴만한 정신적인 여유마저 허락하지 않았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도 얼마나 치열하게 붓과 싸웠던가.
我一定要挽回受到的羞辱。即使如此,没过多久就失去了练字的机会。当时常常处于恐怖和不安中的坎坷家境,不允许有那份精神上的闲情逸致。我幼小的心不知跟毛笔进行了多么激烈的斗争。

요즘도 내가 나가는 직장에서 무슨 행사가 있을 때면, 오죽잖으나마 아쉬운 대로 옛날의 그 가락을 생각하며 식순(式順)이니 회순이니를 써서 대중이 모인 앞에 붙여 놓는 따위, 가소로운 짓을 배짱 좋게 하는 것은, 그 때의 그 철없는 이력을 밑천으로 삼고 해보는 짓이었다.
近来工作的单位如果有什么活动,虽然大字写得并不好,我仍然回想着过去练过的笔划,写上仪式的次序或会议程序一类贴在墙上。有胆量做这类可笑的举动,是因为我有过去懵懵懂懂的经历作基础。

나는 읍내로 나가는 과수원 탱자나무 울타리 곱은 탱이를 돌 어름(가까이), 잠시 발걸음을 멈춰 다시 한 번 옛집을 돌아다보았다.
我路过通向邑内的果树园枸橘树篱笆的拐角,在靠近枸橘果的地方停下脚步,再次回首老宅。

어느덧 하루의 피곤이 짙게 물든 해는 용마루 위 서산 마루로 드러눕는 중이었고, 굴뚝마다 쏟아져 나와 황혼을 드리웠던 저녁 연기들은, 젖어드는 땅거미와 어울려 처마끝으로만 맴돌고 있었다. 나는 이어 칠성 바위 앞으로 눈을 보냈는데 정작 기대했던 그 할아버지의 환상얼핏 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할아버지의 넋만은 벌써 남의 땅이 되어버린 칠성 바위 언저리에 아직도 묵고 있을 것만 같았음은 웬 까닭이었는지 몰랐다.
太阳深深沉浸在一天的疲惫中,不知什么时候正悄然落向屋檐上方西山的山脊。黄昏笼罩的傍晚,家家户户的烟囱里飘出袅袅炊烟,跟垂下来的暮色一起萦绕在屋檐下。接着,我把视线投向七星岩暗暗期待,爷爷的幻影并没有闪过。不知道为什么,仍然觉得爷爷的魂魄还留在已经成为他人宅地的七星岩周围。

잘 있거라 옛집, 마지막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한 번 옛집을 되돌아보았을 때, 그 너머 서산 마루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지는 해가 있었다.
再见了,老宅。我最后一次自言自语,再一次回首望向老宅的时候,那宅后的西山脊上,太阳正在落山。有一个正在落山的太阳。

 词 汇 学 习

어두컴컴하다:昏暗。昏黑。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쳐 천지가 어두컴컴하다.
风雨大作,天地晦暝。

点击查看更多此系列文章>> 

本翻译为沪江韩语原创,禁止转载。